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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意

No : 138
Name : Ms. hide

1. 그저 편하기 위해서
상대가 알아서 기어주기를 바랄때가 있습니다. '알아서 기다'이처럼 거만한 요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만, 어쩌면 화합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황금률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말인즉슨, 그 변명이란 것이 솔직과 가식의 차원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차원에 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요. 확실히 '저는 당신이 싫습니다'라고 단언함이 가장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마무리 방법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심리적 충격을 고려한다면 그 효율성에는 다소 의심을 품어볼 만 하겠습니다.

따라서 '최소비용, 최대효과'라는 경제학적 논리에 따라 첫단계에서는 완곡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고 나니까 무슨 선수같습니다만, 그런건 전혀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선수가 될 만한 주제가 안된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일회의 거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차회에서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요.


2.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심정적 증거가 도처에 널렸을지라도, 확언이 없다면 그의 심리에 대라여 이렇다할 수를 쓸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계속적인 부작위(不作爲)'로 대응할 수 밖에 없죠. 그가 나를 좋아하도록 유인할 아무런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작위는 훗날 책임을 추궁받을 상황에서 최상의 면피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심이 있는 인간인 이상 그의 마음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혼자가 편하다'라는 식의 변명은 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입니다. 문제의 자기 귀속! 쌍방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서 이보다 적절한 답을 아직은 보지 못했습니다.


3. 따라서, 확실히
"이미 잃은 사랑에 의한 의욕상실"은 혼자인 것이 편하다는 변명의 원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의욕상실기가 확실히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아니라고 봐야할 겁니다. 그것이 파생한 심각한 문제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까다로움?'. 좀 고상하게 신중함.
이 때문에 마음을 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연애에 있어서의 사상역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 지라 과도를 무시해버리는 사람에 대해선 거부감이 들 밖에요. 그래서 그들이 진정으로 제가 좋았다면 제 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지 못했으니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저는 모더니스트도 포스트 모더니스트도 그 아무것도 아닙니다.

변명은 이제 집어 치우지요. 다들 알만한 이야기니까요. 미안한 마음에 '왜 저같은 사람을 좋아할까'라고 자책하지만 머지않아 '왜 나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할 날도 오겠지요.


4. 결론을 말하죠.
혼자가 편하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너무 오랜 시간동안 혼자논 것 같습니다. 悲戀-나름대로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사랑의 실패가 자못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한 때는 두뇌속의 화학작용일 뿐이라는 연애감정보다야 편안함이 더 중한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함부러 무시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회의가 자꾸 들더랍니다. 아무래도 자극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니까요.

이렇게 사는 데 왜 남자친구가 안 생길까요. 눈이 높은 건 절대아닌 데도 말이지요. 저의 전적에 대한 친구들의 평가가 혹독하기까지 하므로 이는 손쉽게 증명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눈이 특이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신체와 정신 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면 전 그저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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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주제넘은 것이 아니라 당황스럽다고 해야 겠습니다. 1박 2일을 꼬박 고민을 해봐도 정리가 잘 안되더랍니다. 두서가 없는 것는 그 탓이지요. 어쨌든 진땀 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