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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너무 닮은 할머니.. 퍼온글

No : 355
Name : acre

어느해 여름 낸시는 82세된 할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부터 차츰 할머니와의 관계가 소홀해진 낸시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놀라 병원으로 달려가보니 할머니는 전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각했다. 얼마 후 할머니는 낸시의 집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낸시는 할머니의 방청소를 맡게 되어 매일 할머니의 방을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침대에 누워있던 할머니는 낸시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낸시는 그런 할머니의 시선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어느날 할머니가 잠든 사이 몰래 할머니방을 청소하고 있던 낸시는 할머니의 낡은 가방에서 오래된 책 몇권과 사진을 넣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금목걸이를 꺼내보게 되었다. 그 목걸이안에는 할머니가 낸시의 나이였을 때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낸시는 그 사진을 보고서야 자신이 할머니를 꼭 빼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낸시는 일기장으로 보이는 책 한권을 집어 들어 맨 첫장을 열었다. 첫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에게 - 삶은 너무나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단다. 따라서 인생의 슬픔과 기쁨을 적어 기록하거라. 너의 이 작은 기록이 먼 훗날 너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한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려주게 되기를 빈다. - 너의 아버지」
  그 일기장은 할머니의 아버지가 할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 선물한 것이었다. 일기는 계속 이어졌다. 낸시는 가장 최근의 일기를 펼쳤다. 거기엔 낸시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낸시는 늘 집안을 환하게 한다. 그 애는 나를 정말 많이 닮았다. 그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낸시는 눈물이 아른거려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일기장을 덮어 버렸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낸시는 할머니의 머리맡 탁자위에 목걸이의 사진을 세워 두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며 나즈막하게 읊조렸다. '할머니 사랑해요. 나랑 너무나 닮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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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게 되면, 그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