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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

No : 624
Name : GOGH
Date :
Lines : 8
Reads : 22
Title :
Content ;

테오에게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
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아무것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 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
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의 백치 같은 마법에 홀린 화가들은 결국 바보가 되어 버리지.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
스 위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884년 10월